회사에서 탈출하는 법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나 휴식, 건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을 포기하고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어쩌면 “공부가 가장 재밌다”는 말처럼 “일하는게 가장 재미있다”는 놀라운 이유로 워커홀릭이 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쫓겨 워커홀릭이 되곤 한다. 진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잘릴까봐 불안함과 공포심에 쫓겨 일하다 보면 어느 새 늦은 밤이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면 어느새 당신도 워커홀릭이 된다.
씨네허브단편영화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Turn Off (감독 손다겸, 6분)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워커홀릭의 심리를 ‘전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워커홀릭 지영은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려 하지만 전구가 꺼지지 않아 그럴 수 없다.
전구가 꺼지지 않으면 회사의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구를 끄려 하지만, 지영과 전구는 한 몸이 되어 있다. 그녀가 숨쉬는 동안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 결국, 회사를 탈출하기 위해 지영은 ‘죽음’을 택한다.
2013년 미국의 유명 만화 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thedoghousediaries)에서 공개한 세계지도는 국가명 대신 그 나라가 세계에서 앞서고 있는 분야가 표시돼 있다. 일본은 로봇 생산, 그리고 한국은 ‘워커홀릭’(Workaholics·일중독자들)이라고 표시됐다.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워커홀릭 국가인 것이다.
그렇게 ‘죽도록 일하다가’ 한국인은 결국 과로사로 죽음을 맞는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2~2016년 기준 공무원 순직자는 총 327명으로 이 중 우리 법이 과로사로 판단하고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총 16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뿐만이 아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직장인들, 특히 계약직, 파견직 근로자에게는 끝없는 야근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오직 ‘생계’, 즉 삶을 포기해야만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과로사 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과로사 예방센터’ 설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몇 년 앞섰다. 2011년 11월에 ‘과로사방지기본법 제정 실행위원회’가 결성됐으며, 2014년에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제정 됐다. 이제 영화 속 지영과 같은 죽음들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글 / 오영주(날쮸)
http://www.toronnews.com/1013
단편영화 감상 http://bit.ly/2B1ib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