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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와 감독,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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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트> 리뷰-‘먹는다’는 건 무엇일까?

감독
저스틴 라츠키에비치 (Justine Raczkiewicz)
배우
새라 바솔로뮤 Sarah Bartholomew, 루크 베인스 Luke Baines
시놉시스
주인공 로저는 생계를 위해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을 하며 암울하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저녁이면 그의 룸메이트 올리브와의 저녁 식사 자리를 기대한다. 룸메이트 올리브와의 저녁 요리는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간다.
영화감상
https://bit.ly/2ECSn0Q

<웨이스트> 리뷰-‘먹는다’는 건 무엇일까?

채식주의 운동가들의 지적대로 우리가 즐겨 먹는 고기는 우리와 똑같이 숨 쉬고 살아있는 육체들이었다는 점은 불편하더라도 도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생명에 대한 고민 외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고기가 살아생전 주변 환경에 영향받고 쉽게 오염될 수 있는 식풍이기에 가공과 조리 과정에 있어 채소보다 더 철저한 위생을 필요로 해야 한다는 주의로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수차례 우리의 식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 사태들이 그를 반증한다. 이런 시각으로든 채식주의 시각으로든 이 예민하디 예민한 ‘육식’은 우리 인류의 ‘먹는다’는 행위에 대하여 고민거리부터 위생 차원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끼치고 고찰하도록 이끌어 왔다. 


90년대 블랙코미디의 명작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나 2017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로우>는 식인으로 은유화하여 이 고민을 표현했고, 거장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식량부족 대란이 벌어진 암울한 미래를 지속가능한 농경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매드 맥스 4 : 분노의 도로>는 그 사회적 이슈를 직접 다루며 보여주었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감히 직접적으로 다루는 일은 현실적으로나 철학적으로도 무거워질 수 있기에 어려워해 왔었다. 그러던 중 이번 작품인 저스틴 라츠키에비치 감독의 도발적인 단편영화 <웨이스트>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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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 폐기물 처리 일을 하는 로저는 피와 내장들을 자주 다루다보니 생체적인데 극심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영향으로 고기보단 채식을 즐긴다. 그런 그에게도 같은 일터 유니폼 세탁실에서 일하는 여자친구 올리브가 있다. 요리가 취미인 올리브는 로저에게 항상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점심으로 챙겨준다. 문제는 올리브가 고기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로저는 올리브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녀의 고기 요리를 매마다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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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올리브는 로저에게 스페인 소시지 ‘초리조(Chorizo)’ 햄버거를 맛있게 만들어 준다. 한창 맛있게 먹던 중 로저가 올리브의 목을 본다. 그녀의 쇄골이 예뻐 반했다고 말해주는 그 순간, 올리브가 그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대답을 던진다. 초리조 소세지가 돼지 임파절과 침샘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올리브의 목을 보고 있던 중 그 말에 로저의 식욕이 떨어 지려던 찰나 올리브가 이어서 살아있는 돼지가 고기가 되는 순간은 언제부터일까 라는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돼지가 죽을 때부터 고기가 되는 건지, 아니면 죽은 돼지가 도축되고 용기에 담겨져 팔려나갈 때부터 일지 계속 질문하는 올리브. 갑작스런 어려운 질문에 마침 식욕도 없어진 로저는 모르겠다는 답과 함께 남은 햄버거는 나중에 먹겠다며 급히 그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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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의 질문을 계속 되새기던 로저는 어린시절 학교에서 도축 공장 다큐 영상을 보고 트라우마를 얻은 기억을 회고한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로저는 처음 살아있는 돼지일때부터 고기였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를 올리브에게 알려주자 신나한 올리브는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며 상자를 갖고 온다. 상자 안에는 검게 건조된 작고 납작한 고기같은 물체가 있다. 


올리브는 그가 사람의 혀라고 말한다. 과거 묵언 수행을 위해 혀를 자르던 수도원에 보관 되 있던 한 혀를 그동안의 저금으로 비싸게 사왔다는 올리브는 그도 한번 요리해 먹자고 제안한다. 올리브는 사랑하는 마음에 로저는 하는 수 없이 식사에 동참한다. 올리브도 로저를 위하여 정성스레 잡내를 없애고 버터와 마늘로 맛있게 볶아 인간 혀 요리를 내놓는다. 먹음직스럽지만 결국엔 인육인 요리. 그 요리를 올리브는 고민 없이 바로 시식한다. 기대와는 달라도 맛있다며 감탄사를 내뱉는 올리브. 그런 올리브를 보는 것조차 소름끼치지만 로저는 올리브의 정성을 생각해 같이 인육 요리를 합 입 먹어본다. 그러나 먹어 보기만 하지 결국 그에 대한 감상은 얘기 안 한다. 대신 한번은 밖에서 외식도 하며 데이트 해보자는 말을 한다. 요리를 내어준 올리브에게 잔혹한 말일테도, 올리브는 데이트가 기대되는지 알 수 없는 웃음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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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로저는 악몽을 꾼다. 자신의 사물함에서 올리브의 유혹적인 다리를 따라가 보니, 어느새 고기처럼 포장된 자기 자신을 보는 꿈이다. 꿈에서 깨어난 로저는 고민 끝에 올리브에게 청혼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이별을 선언하고자 올리브의 방으로 향한다. 그런데 자신의 반갑게 맞아주는 올리브의 상태가 안 좋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고통을 참고 있고, 심지어 고통을 견디려고 머리 두상을 압박하듯 묶어 놓았다. 


새로운 요리법을 발견해 역시 로저에게 만들주고자 한 동시에 그를 위하 재료로 맛있게 먹었던 인육을 준비하고자 했던 올리브.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발가락을 자른 것이다.  로저가 식겁하며 어떻게 자기 발가락을 자를 수 있냐며 나무라지만, 잘려진 이상 더 이상 발가락일까 라냐며 반문하는 올리브. 로저는 올리브가 제정신 아니라고 나무라며 빨리 병원에 가자 하지만 올리브는 포도주스가 마시고 싶다고 요리가 먹고 싶다는 말 뿐이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요리해달라고 부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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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친구 올리브는 현실적으로 알 수 없는 이상한 캐릭터지만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은 의미심장하다. 첫 번째 질문인 돼지(생물)은 언제부터 고기가 되는가부터가 그렇다. 생물이 도살되는 순간부터인지, 아니면 그 뒤 포장되는 순간부터인지, 그것도 아니면 로저의 결론대로 애초부터 살덩어리로서 고지인지 바로 결론 내리기 어려워도, 결론은 살아있고 존엄있는 생명이 음식이 된다는 과정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슈는 아닐 것이다. 


심지어 충격적인 영화의 마지막에서처럼 존엄성 있는 인간의 일부였다 할지라도, 신체에서 분리된 이상 발가락이든 혀든 심지어 사람의 심장이라도 더 이상 똑같이 발가락, 혀, 심장, 즉 인간의 신체가 아닌 고깃덩이일 뿐이다. 잔인한 생각일지라도, 인간이나 살아있는 생명체의 일부였다는 이유로 그 분리된 일부 자체까지에 존엄성을 표하는 건 지나친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일 뿐이다. 마치 색안경으로 쓰고 하늘이 파란색이 아니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그렇다면 결국 식인이라는 것도 반인륜적이라기보다는 결국 여타 고기를 먹는 것과 무엇일 다를까? 그 점에서 영화가 던지는 이 질문은 매우 문제 적이다. 그저 인육을 먹는다는 문제를 넘어 고기를 포함해 ‘먹는다’는 행위의 모든 개념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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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의도가 인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인지 채식주의를 선호하고자 해서인지는 직접 묻기 전까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영화만 보더라도 감독은 이 둘을 위해서 만들었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고기든 채소든, 인본주의든 문명비판주의든 상관없이 ‘먹는다’는 의미에 대한 고찰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우리의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인가, 맛을 즐기고자 먹는 것인가? 


특히나 지금처럼 물질적 풍족으로 음식 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한 현대 도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영양 섭취로 먹는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는 맛을 즐기고자 먹고 있고 그 즐길 새로운 맛을 찾아 각국 미지의 지역 요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여행을 떠난다. 이는 냉정하게 보면 영화에서 올리브가 자기 발가락을 자른 이유와 같은 이유다. 비슷하게 우리는 안전을 보장받으며 살고 싶어 하지만, 새롭고 위험한 도전 역시 꿈꾼다. 


영화는 육식과 식인, 그보다는 음식을 통해 이러한 우리의 숨겨진 욕망을 들춘다. 앞서 생명이 고기가 되는 순간부터 포함해 누가 이 도발적인 질문들을 감히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 만큼 우리의 삶, 우리의 욕망에 대한 솔직한 질문을 던진 감독의 시선이 장난아닐 만큼 예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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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찰과 함께 이 질문을 제기하는 캐릭터 이름이 ‘올리브’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올리브는 가장 건강한 영양소와 식물성 기름을 제공해 채식계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열매의 이름과 같으며, 유명 만화 [뽀빠이]의 착하디 착한 여자친구의 이름과도 같다. 그러나 여기서의 올리브는 채소보다는 식인까지 아우를만큼 육식을 선호할뿐더러, 뽀빠이의 여자친구와 달리 순종적이거나 상식 안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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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항상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며, 그를 위해 자신의 발가락을 잘라낸다. 이는 남자친구 로저를 위한 사랑의 표현하지만 그렇다고 지고지순한 사랑이라 볼 수 없다. 애초 로저가 선호하지 않는 고기 요리를 항상 내줘 새로운 맛으로 인도해주고 도발적인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음식도 그렇고 엔딩에서까지 도발이 로저의 생각을 뒤바꾸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존중해주는 사랑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로저를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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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거리가 될지라도 이 아리송한 캐릭터 올리브는 (독립, 주류 가리지 않고)근래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일 것이다. 물론 이를 천연덕스레 연기해 사랑스러움과 함께 공포감을 준 배우 사라 바솔로뮤의 공이 클 것이다. 물론 그와 대조되는 유약한 로저 역의 루크 베인즈의 연기도 훌륭하다. 때론 밝고 컬러풀하게 또 때로는 느와르적이고 음침하게 찍은 촬영은 물론이요 계속 신경을 자극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음향효과와 음악이 정말 훌륭했다. 생각과 함께 감각마저도 자극시키는 이 위험천만하게 기발한 단편을 찍은 저스틴 라츠키에비치 감독의 차기작과 주연배우 바솔로뮤와 베인즈의 차기작 역시 벌써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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