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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와 감독,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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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 흑진주를 찾아서-컬트 클래식 리뷰 7탄 : <환상특급 극장판>,<크립쇼> 1부

감독
배우
시놉시스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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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트 클래식 리뷰는 특별히 동시상영을 가져 본다. 사실 동시상영이라 하기엔 작품이 둘이 아닌 9편이나 된다. 옴니버스 영화 두 편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러 단편 이야기들을 모은 장편영화, ‘옴니버스(Omnibus/Anthology)’ 영화가 국내외로 유행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러브 액츄얼리>부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당연히 이 유행의 시작은 해외에서부터다. 최초로 이를 시도한 영화는 1932년 작 <그랜드 호텔>이였고, 70년대 장르영화 붐이 일며 유행으로서 안착하게 되었다. 특히 80년대 베트남 패배와 빈부격차의 불안이 만연해 있던 미국에서 호러 열기가 불며 당연히 공포 옴니버스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특히 당시 유행하던 TV 단막극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다룬)펄프 만화책(pulp comics)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오늘 소개할 두 작품이 같은 기반의 <환상특급 극장판><크립쇼>이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쓰리>, <무서운 이야기>, <죽음의 ABC>, <XX>와 같은 컨셉의 최근 영화들은 물론이고, <그렘린>, <이스트윅의 마녀들>, <프라이트너>, <황혼에서 새벽까지>, <매드맥스4 : 분노의 도로>, <겟아웃>, <어스>, 그리고 넷플렉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블랙 미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중에 먼저 <환상특급>을 이야기하자면, 매우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영화 자체는 물론이지만 오히려 영화 뒷이야기가 주목할 만 하기 때문이다. 전혀 재미있지 않고 끔찍하리만큼 비극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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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의 창시자 로드 설링(Rod Serling)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이라는 이름은 중년세대에게 있어 익숙한 타이틀일 것이다. SF/환타지 장르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방영해주던 50년대 미국 TV 단막극 시리즈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방영되고 80년대에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되어진 유명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창조자는 TV, 라디오 작가 출신 로드 설링(Rod Serling)이었다. 설링은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전쟁영웅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죽고 죽이는 광경을 목격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했다. 그러나 사회 이슈를 직접 다루는 이야기를 만드는 건 냉전 시절 당시 철저히 제재되었다. 그래서 설링은 이 문제를 피하고자 SF/환타지 장르로 설정해 단막극 시리즈를 기획해내어 59CBS방송사에 제의했다. 당연히 처음에 방송사에서는 그 의도를 파악하고 반대하였다. 그러나 설링은 굴하지 않고 당대 장르 소설 작가들부터 유명 TV PD들을 섭외해 제작에 들어갔다. 그 결과 역사상 유명한 TV 시리즈가 탄생되었다. 성공에 힘입어 로드 설링은 극장용 영화 제작에도 관심 갖고 워너브라더스사와 접촉하였다. 그러나 좌절만 계속되던 끝에 설링은 75년 사망하였다. 워너브라더스사 내부에서 잠들어 있던 <환상특급> 극장판 기획은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의뢰되며 깨어났다. 어릴 적부터 시리즈의 열성팬이던 스필버그는 바로 의뢰를 수락하였고, 함께 할 촉망받는 친구 감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존 랜디스(블루스 브라더스, 런던의 늑대인간), 조 단테(피라냐, 하울링), 조지 밀러(매드 맥스 시리즈)가 공동연출을 위해 뭉쳤다. 여기에 <E.T>부터 유명 영화들을 촬영해 온 앨런 다비오 촬영감독부터 <도라! 도라! 도라!>, <오멘>으로 다수의 음악상을 수상한 작곡가 제리 골드스미스까지 스텝진은 물론 댄 애크로이드, 빅 모로, 스캇맨 크로더스, 캐슬리 퀸런, 버지스 매리디스, 존 리스고우 등 스타배우들이 총출동하였다. 명작 TV 시리즈의 대표 에피소드들을 원작으로 스필버그를 비롯한 명감독들과 스타들이 참여해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한 이 프로젝트는 야심찬 만큼 최소한 개봉하는 순간 만에라도 흥행할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영화는 내외로 끔찍한 운명을 맞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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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 극장판> 연출을 맡을 당시 존 랜디스, 스티븐 스필버그, 조 단테, 조지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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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순으로 윗 사진 감독 순으로 연출된 '각기개성'의 '컬러풀한' 에피소드들~!

 

비극의 주인공은 존 랜디스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 내용은 계속되는 승진실패와 재정문제로 자존감을 잃은 비즈니스맨이 유색인종 탓을 하던 끝에 난데없이 시간여행을 떠나 나치시대 독일, 미국 남부, 베트남 전쟁까지 오가며 직접 인종차별을 체험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과거 TV 드라마 <전투(Combat!)>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배우 빅 모로(Vic Morrow)가 연기했으며, 그의 팬인 스필버그가 직접 그를 캐스팅했다. 당시 <전투> 종용 후 침체기에 빠져있던 모로는 자신을 캐스팅해준 스필버그에게 감사해하며 출연해주었다고 한다. 모든 촬영이 마무리 된 뒤, 스필버그는 일종의 백업으로 클라이맥스 엔딩씬의 재촬영을 랜디스에게 요구하였다. 에피소드의 엔딩은 베트남 전투 한 가운데로 날아간 주인공이 미군에게 학살당할 뻔 한 베트남 아이들을 구해내 다시 현대로 돌아와 개과천선하는 결말이었다. 마침 힘들게 촬영을 마쳤는데 다시 전투씬이라는 큰 규모 촬영을 다시 하면서 배우와 스텝 모두 지쳐 있었다. 존 랜디스 감독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다보니 촬영시간이 지체되었고, 공중에도 실제 미군헬기가 소품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빅 모로가 두 아역배우를 양팔에 끼고 연기를 하고 있던 그 순간 헬기 조종사가 폭파 효과에 중심을 잃고 그들 머리 위로 추락하였다. 빅 모로와 두 아역배우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주연배우부터 아역배우까지 촬영 중 사망하였다는 사례는 이전 헐리우드에서 없었던 전대미문의 사건이었기에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또 조사결과 아역배우들이 헐리우드 노동시간 규제를 피하고자 비공개적인 과정으로서 캐스팅, 즉 불법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점부터 촬영시간 규정을 초과하기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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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헬리콥터 추락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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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받는 존 랜디스 감독(맨 왼쪽)과 제작진, 변호사들 / 빅 모로의 장례식 장. 추모하고자 참석한 존 랜디스 감독


결국 이 환경에서 촬영하였으니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서 헐리우드는 발칵 뒤집어 졌고 랜디스 감독과 그의 휘하 제작진은 10년에 걸친 법정공방을 맞는다. 그 결과 과실치사 혐의를 선고받으나 사망한 아역배유 유가족들에게 각 2백만 달러 배상하는 정도의 판결로 끝이 난다. 그러나 사실 존 랜디스 감독에게서도 억울한 입장은 있었다. 이미 촬영을 다 마쳤음에도 스필버그가 재촬영을 종용했던데다, 사고 후 자기는 혼자 재판에서 빠져나간 뒤 죽은 빅 모로가 자신의 꿈에 나타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마치 홍보처럼 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마음 상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이 일로 랜디스와 스필버그와의 우정은 깨지고 말았다. 자연스레 이 사건은 개봉시에도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사람들도 영화를 고 그 자체로서 평가하기보단 비난만 하며 법정공방에 관련한 가십성 뉴스들에 집중하면서 영화로부터도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에서 끝나지 않고 여파는 다음 에피소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한 양로원에 신비로운 노신사가 찾아와 노인들을 하룻밤동안 아이들로 되돌려주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기괴함으로 대표되던 TV 시리즈의 명성과 다른 동화같고 지루한 에피소드가 되어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이 에피소드를 연출한 스필버그는 사고로 존경하는 배우부터 아이들까지 희생된 데 충격과 죄책감에 시달려 아역배우를 상대로 위험한 촬영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원래 기획하던 외계인 침공 이야기를 포기하고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평온한 이야기를 선택해 버린 것이다. 영화보다 사고로의 집중과 함께 미완으로 끝난 첫 번째와 이 두 번째 에피소드도 흥행에 실패하는 또 다른 발판을 되어주었다.

 

다행히 이 둘을 참고 넘어가면 영화의 본성(?)인 최고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조 단테가 연출한 세 번째 에피소드는 초능력으로 하고 싶고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이루면서 가족들을 위협하는 소년을 다뤘다. 원작 TV 시리즈에서도 최고의 에피소드로 손꼽히는 플롯을 기반으로 한 이번 이야기는 초능력으로서 무한권력을 가진다면 아무리 순수한 아이라도 얼만큼 공포스러울 수 있을지 보여주며 타락과 독재에 대한 경고를 그린다. 특히 영화는 이를 주인공이 즐겨보는 TV 만화로 상징한다. 소년은 TV 속 루니툰 만화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매일 반복해 보고 가족들에게까지 강제로 보도록 이끈다. 그러다 반항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식구는 만화같은 방법으로 응징하거나 만화 속에 가둬 끔찍하게 죽인다. 급기야 만화 속 괴물 캐릭터를 TV를 뚫고 현실로 끌어들인다. 클래식한 음향효과에 과장된 괴물의 디자인이 익살러움에도 분위기는 오히려 공포스럽기만 하다. 마지막 조지 밀러의 에피소드는 비행공포증 남자가 자신이 탄 비행기 엔진을 부수는 괴물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아 불쌍한 지경에 처한 주인공을 <필사의 추적>, <클리프행어>, <인터스텔라>, 그리고 곧 국내 개봉하는 <밤쉘>에서 개성강한 연기를 보인 존 리스고우가 열연했다. 악역으로 익숙한 그의 이목구비 강한 얼굴과 기묘한 표정은 비행공포증을 공감할 수 있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는 당연 괴물이다. 원작 TV에선 바보스런 얼굴과 고릴라 같은 털옷을 입은 우스꽝스런 분장에서 영화는 애니메트로닉스로 만든 긴 머리털이 달린 징그러운 도마뱀인간으로 변신했다. 이 괴물과 앞의 만화 괴물 모두는 특수효과를 맡은 롭 보틴(Rob Bottin)의 솜씨다. 그는 전년도에 <존 카펜터의 괴물>에서 충격적인 특수효과를 보여주며 주목작았고, 이후 <로보캅>, <토탈리콜>,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특수분장효과 작업을 뽐냈다. 여기에 조지 밀러 감독답게 <매드 맥스> 시리즈 못지않은 카메라부터 전개까지 무시무시한 속도감으로 눈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에피소드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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